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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 1.0 글 모음/Talk

[잡담] 거북이의 첫 사회생활 이야기..그 두번째.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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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나도 쓸모가 있다.

얼마 전이긴 하지만,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에쯤 하루 24시간 컴퓨터에 빠져 살면서 많은 것들을 깨닫게 된다.
내가 우물 안의 개구리였으며, 좀 더 새로운 시각을 그리고 새로운 세계를 볼만한 능력을 갖춰야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이는 단연 컴퓨터 쪽에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었다.
나는 당시(불과 몇달 전이지만) 그간 내가 들었던 음악들의 역사나 배경에 대해서도 겉핥기이긴 하지만, 총체적인 정리를 시도했고, 내가 그간 무작정 쓴 글이나 사진 등도 그럴싸하게 정리했다.

그러면서 들었던 생각은.
내가 그간 12년간 대한민국의 공교육 및 사교육을 받으면서 나는 사회에 무슨 쓸모가 있는가..였다.
만약 당장 집 밖에 떨어져서 돈을 벌어봐라..라고 하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굉장한 회의감을 느꼈었다.
그래도 나는 12년 동안 교육을 받았으니 뭔가 할 수 있는 것이 있겠지..라는 생각이 있었으나..
당췌 찾아보려 해도 찾을 수 없었다.
너무 큰 욕심이었을까?

하여간 나는 나 자신에 대한 회의감을 느꼈던 것은 분명했다.
그래서 당시 나 자신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 위해 그 전의 6년간 적었던 글들이나 기념품, 물건 등을 싹 모아서 하나하나 손으로 어루만지며 나만의 타임캡슐을 만들었다.
(중학교 이전의 내 인생은 부질없다는 판단이 섰다.)
(하지만, 초딩 시절 일기장도 갖고 있기는 하다. 풋;;)
또한, 자서전이라고 하기엔 초라하지만, 20년 내 인생을 정리할만한 글도 장문으로 적어두었다.
(이 작업은 6개월이 지난 지금도 끝내지 못하고 있다. 여운이 남은지도..;;)

20년 인생을 그렇게 정리한 후 나는 앞으로의 내 인생을 다시 짚어보았다.
그간 20년을 살아온 후 사회에 아무짝에 쓸모 없다는 생각이 들자 순간 바짝 긴장이 되었었다.

물론 그 와중에 주변 나이 또래 애들은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편의점부터 시작해서 PC방, 막노동, 고기집 등등..
사고 싶은 것을 적어봐라..하면 A4 용지 한장을 거뜬히 넘어버리는 나로써는 당장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었으나
그 시간이 아까웠다.
그렇게 부질없게 보내고 싶지 않았다.
아르바이트라는 작은 것을 하더라도 큰 깨달음을 얻고 싶었다.

나는 나에 대해 다시 한번 되짚어 보면서 사회에 쓸모 있는 인간이 되겠노라..고 다짐했고, 그에 따라 필요한 것들을 점검했다.
그리고 그에 발맞추어서 계획을 써나갔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회의감이 계속 들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2007년 7월.

모든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던 한 때였다.
부모님과 나래는 나에게 사춘기가 온거냐고까지 물어보았고 방황하는 것으로 보였던 것 같았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방황하는 듯한 나를 붙잡아주기 위해 회사 일자리를 알아보셨고 나에게 진지하게 물어보셨었다.
그러나 나는 그러한 것들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고, 폐인에 가까운 형색이었다.

한달 정도가 지난 후 나는 정상에 가깝게 돌아왔고, 머리는 무거웠으나 그럴싸하게 살 수 있었다.
학교의 특강도 끝날 무렵이었고, 나는 이제서야 주변의 것들에 다시 눈을 뜨기 시작했다.
일단 친구 녀석이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는 모습을 보고 아버지께 부탁을 드려 자리 하나를 내달라고 하면서 PC설치라는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혹하는 마음에 같이 하겠다고 선포(?)했다.

이전의 생각 같으면 이 아르바이트도 하지 않았을 테지만, 나는 머리가 무거워 다른 무언가에 정신을 쏟을 것을 갈망하고 있었기에 선뜻 일을 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일이 시작된 것이었다.


(이제서야 본문인듯..;;)


일을 하면서 참 신기했다.
드디어 내가 쓸모 있다..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 것이었다.
PC설치 작업을 하면서 첫날 그 허접한 신입사원과 일을 하면서 나는 그 동안 내가 눈팅으로라도 컴퓨터를 다뤄온 것이 헛된 것이 아니었구나! 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아니, 컴퓨터가 아니고 윈도우즈라고 하는 편이 낫겠다. ;;

태어날 때부터 컴퓨터가 있었던 나란 녀석은 천성에 겁이 많아 6살까지 컴퓨터에 단 1m도 접근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데스크탑을 뜯어 컴퓨터를 고치시는 아버지 옆에 앉아 아는 것도 없으면서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이 내 초등학교 때의 취미였고, 어머니는 그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셨었다.

일은 결코 수월하지 않았다.
알고 있었던대로 컴퓨터란 녀석은 문제를 일으키기 일수였고, 계획대로 되는 일은 당췌 찾아볼 수 없었다.
컴퓨터에 인격이 있다란 것이 사실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 동안 윈도우즈를 다뤄온 능력대로 비교적 능숙하게 해결하였다.
오히려 신입 사원보다 더 빠르게 일을 진행한 적도 있었다.

물론 나는 컴퓨터의 '컴'자도 모르는 무식쟁이이다.
그냥 친구들 컴퓨터 고장나면 고쳐주러 USB 메모리 하나 딸랑 들고 가는 게 내 일상이자 신경 쓰이는 취미였다.
하지만, 그것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는 순간.
나는 희미한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물론 '자만의 극에 다른 '나'였다.
뒤이어 부장님과 동행한 작업에선 나의 한계점을 곧바로 느끼게 되었다.
물론 PC라는 것이 워낙에 쉬워져서 눈팅으로 한번 보면 곧장 익힐 수 있는 것이지만, 나는 어설펐다.
뒤이어 욕심이 난 나는 부장님이 하기로 한 1층의 PC 8대를 몰래 가서 모조리 세팅했다.
그러나 더 뒤이어 오신 부장님은 그렇게 어렵게 할 필요 없다면서 더 쉬운 방법을 내 앞에서 보여주셨다.
이런건 욕심인가 과욕인가?


뭐랄까..
이번 일을 하면서 나는 나도 모르게 자신감 따위를 얻은 느낌이다.
그것이 자만심..인지는 여전히 헷갈리지만.
아무렴 상관없다.
내가 컴퓨터의 컴자도 모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앞으로 보고 익혀야 할 것은 수없이 쌓여있다.
그것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다면 그것은 자신감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간 한 것들이 헛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자 그냥 뿌듯함이 들었을 뿐." 이라고 정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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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의 첫 사회생활 소감문 두번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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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거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