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든 기기들을 떠나보내기.
어떤 물건이든지 주인, 사용자가 사용한 물건들은 각자의 사연과 이야기들을 가지기 마련입니다. 그것을 물건이 기억하는 건지, 사용자가 기억하는 건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수 많은 기기들을 사용하고, 떠나보내고, 지금까지 가지고 있기도 하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번에 떠나보낸 맥북에어 2010 late 11인치는 저에게 거의 첫번째 매킨토시 PC였습니다. 물론, 그보다 이전인 군복무 시절에 늦기 전에 맥 시스템을 한번 사용해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맥미니(Mac Mini)를 들이기도 했으나, 인텔맥이 아닌 PPC(PowerPC) 시스템이었고, 너무 오래된 저사양이었기에 딱히 경험한 것이 없었지요. (원래 목적이었던 맥의 인터페이스를 느끼자는 것에는 성공했습니다만..)
여하튼, 그런 의미에서 사용하던 맥북에어 2010 late 11인치는 군 전역 후, 맞이한 선물이자 제대로 경험한 첫번째 인텔맥이었습니다.
맥북에어 2010 late 11인치 기본형
이것저것에 사용하기..
구입 후, 제대로 사용하는 첫번째 맥북이었지만, 이미 PC에 익숙했던 터라 오히려 금방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사용자들이 PC에 익숙해서 맥을 어렵다라고들 이야기하지만, 사실 맥은 어려운 인터페이스가 아닌 익숙하지 않은 인터페이스일 뿐이었지요. 오히려 처음 컴퓨팅을 배우는 사람 입장에서는 맥이 더 친근한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절전모드가 빈약하고, 수 없이 꼬이기만 하는 레지스트리에 시간이 지나면 느려지고, 포맷이 필요한.. 이런 여러가지 이유로 신물이 난 윈도우즈를 벗어나 다른 운영체제를 접한다는 것은 거의 신세계를 접한 것과 같았습니다. 비록 군 전역 후,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기도 허겁지겁할 때에 새로운 운영체제에 적응하느라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말았지만, 여하튼 좋은 경험이었던 것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특히, 맥북에어의 트랙패드에 탑재된 멀티 터치 기능은 맥OSX을 훌륭하게 작동시킬 수 있었고, 여러 앱들을 한번에 볼 수 있는 Expose(익스포제)나 Mission Control(미션 컨트롤) 등의 기능은 가끔 윈도우즈를 사용할 때마다 아쉬움이 반복되었습니다.
이후, 맥용 소프트웨어들을 접하면서 그 경험은 한층 더 올라섰던 것 같습니다. 대표적으로 윈도우즈에도 있고, 맥에도 있는 에버노트(Evernote)와 같은 프로그램은 생긴 모양은 거의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맥용 에버노트가 한층 더 깔끔하고, 사용하기 쉽고 유연한 인터페이스를 보여주곤 했습니다. 딱히 이유를 말하라면, 말하지 못하겠지만, 그런 유연성이 맥의 대부분의 소프트웨어에는 잠재되어 있던 것 같습니다.
그 외에 멀티미디어 기능들, 음악, 영화, 동영상 등의 기능에도 맥북에어는 톡톡히 제 역할을 수행하였습니다. 비록 기본 용량이 적어서 저는 외장하드를 항상 지녀야했지만, 음악은 벅스(Bugs)를 사용하고, 동영상은 대부분 유튜브(YouTube)를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장 하드보다는 인터넷 연결이 우선이곤 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장하드를 연결해서 맥북에어로 영화를 보기란 참 짜릿한 경험이었습니다. 집에서야 의미가 없는 것 같지만, 잠자리에 들기 전에 침대에서 드라마 한편 정도 보기는 꿀맛 같았고, 집 밖에서는 카페에서 오순도순 영화를 보기에 아주 좋았지요. 한 때는 누군가와 손을 잡고 도란도란 영화를 보기도 했지만, 어쨌든 지난 이야기입니다..
맥북에어 2010 late 11인치 기본형
말도 많고 탈도 많고..
하지만, 이런 맥북에어에 100% 만족을 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용량 부족이야 제가 이것을 선택했다 치지만, 그 밖에 윈도우즈가 필요한 상황은 학교 생활 내내 부딪칠 수 밖에 없었지요.
그도 그럴 것이 학교 홈페이지에 로그인을 하기 위해서는 윈도우즈가 필수적이었습니다. 때문에 한동안 부트캠프나 패럴렐과 같은 가상 머신 프로그램을 쓰지 않았을 때에는 노트북이 있으나 마나한 상황이 연출되곤 했지요. 결국 부트캠프를 설치하고는 말지만, 2010년형은 부트캠프 설치가 매우 까다로왔습니다. 물론, 그러는 동안에 윈도우즈7의 라이센스가 없는 맥북에어를 위해 윈도우즈7 정품을 구입하기도 했습니다. @@;;
여하튼, 시간이 흘러서 개발 공부를 해야할 적에는 학교 도서관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윈도우즈7이 구동된 맥북에어와 지내야 했습니다. 비주얼 스튜디오(Visual Studio)를 기준으로 수업을 나가는 강의에 맥으로 이것저것을 해보려고 해도 시간 낭비일 뿐이었고, 무엇보다 ASP.NET을 기준으로 진도를 나가는 웹프로그래밍 수업에서는 두 손 다 들고, 윈도우즈로 부팅을 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윈도우즈로 부팅한 맥북에어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윈도우즈키가 보이지 않아서 불편하긴 했지만, [command]키가 윈도우즈키 역할을 하는 동안에 키보드 위에 있는 Function키(기능키)들에 할당된 모니터 밝기 조절, 스피커 볼륨 조절 등의 기능키들이 너무도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지요. 또한, 그 어떤 노트북보다도 훌륭한 트랙패드, 터치패드는 윈도우즈에서 또한 일품이었습니다. 만약, 윈도우즈로만 부팅해서 사용하려는 사용자분이 계시다면, 어찌되었건 말려보겠지만, 부트캠프의 윈도우즈 또한 그럭저럭 사용할만 했습니다.
그렇게 도서관에서 사용하면서 생기는 또 다른 문제는 바로 도난 걱정입니다. 화장실에 가거나, 전화가 왔거나, 잠깐 바람을 맞거나.. 그 어떤 경우라도 맥북에어는 항상 제 옆구리에 있곤 했습니다. 높은 휴대성으로 언제나 가지고 다니기 편리했지만, 그만큼 마음 먹은 도둑(?)이라면, 그 휴대성을 빌미로 가져가기도 참 쉬울테지요. 제가 내린 결론은 항상 갖고 다니기였습니다. 전화가 오면, 맥의 강점인 노트북의 뚜껑을 그냥 닫아버리고, 통째로 들고 나가거나 케이스에 넣어서 가지고 나가는 것이지요. 불편하긴 해도 그 시간을 전후로 맥북에어를 사용하던 것을 생각해보면, 전혀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떠나보내면서 맥북에어를 들여다보기..
하여간, 여기에 끄적거리지 못한 알콩달콩했던 이야기부터 시끌벅적했던 이야기, 가슴 철렁했던 이야기 등등 많은 추억이 담긴 이 녀석을 떠나보내며 살펴보니, 아니나 다를까 키보드의 일명 '번들거림'이 보이더군요. 그도 그럴것이 맥북에어로 이 블로그에 수많은 글들을 남겨왔으니, 닳지 않으면 이상한 것이었습니다.
여하튼, 그렇게 떠나보냈던 맥북에어를 마지막으로 촬영한 사진들을 업로드하며, 글을 줄여봅니다.
맥북에어 2010 late 11인치 기본형 - 번들거리는 키보드(이지만, 사진에는 잘 보이지 않음..)
맥북에어 2010 late 11인치 기본형 - 매북에어의 맥세이프(MagSafe).
박스에 넣기 전 맥북에어 2010 late 11인치 기본형.
옆에서 - 맥북에어 2010 late 11인치 기본형
박스에 넣고.. - 맥북에어 2010 late 11인치 기본형
판매 구성품 - 맥북에어 2010 late 11인치 기본형
판매 전, 가방 아랫면 오른쪽 구석에 있던 매킨토시 마크.
마지막으로 맥북에어 2010 late 11인치 기본형은 제 손에 2011년 10월 5일, 수요일에 중고로 들어와, 2012년 6월 23일, 토요일에 중고로 판매되었습니다.
구글 캘린더에서 '맥북' 검색.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포스팅 끝.
2012년 6월 27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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